현실과 가상이 경계를 허물고 융합되며,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AI 기반 캐릭터들이 있다. 과거에는 인간 인플루언서가 SNS와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브랜드를 알렸다. 그러나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 사람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더 일관된 이미지로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다. 특히 시장, 즉 지역 상권에서 활동하는 ‘버추얼 상인’의 등장은 로컬 마케팅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버추얼 상인과 캐릭터 마케팅의 개념, 활용 사례,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와 상인의 탄생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AI 기술과 3D 그래픽, 딥러닝 기반의 음성합성 및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창조된 디지털 캐릭터이다. 이들은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움직이며, SNS 계정을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한다. 초기에는 글로벌 브랜드의 모델로 기용되거나, 패션·뷰티 업계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다 지역 밀착형 모델로 확장되면서, 시장 상권에서 활동하는 '버추얼 상인'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버추얼 상인은 재래시장, 지역 특산물 상점, 소상공인 브랜드 등을 대표하는 디지털 캐릭터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역사와 문화, 지역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간다. 실제 상인들의 특징을 반영하거나, 시장만의 특색을 캐릭터 디자인에 녹여내며 소비자에게 정서적인 친근감을 형성한다. AI가 시장의 안내자이자, 제품 설명자, 심지어는 유머와 위로를 건네는 친구 역할까지 수행하는 셈이다.
실제 사례와 활용 전략
국내외에서 이미 다양한 형태의 버추얼 상인 및 캐릭터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의 모 재래시장에서는 ‘장옥이’라는 버추얼 캐릭터가 등장했다. 장옥이는 시장 내 다양한 가게를 소개하고, SNS 콘텐츠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시장을 친근하게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그녀는 실제 상인들의 말을 AI로 학습해 그들의 말투와 표현을 반영함으로써, 시장 특유의 정서와 매력을 그대로 전달한다. 덕분에 젊은 고객층이 시장을 찾는 빈도도 증가했고, 상인들의 참여도도 높아졌다. 또 다른 사례로, 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농산물 브랜드에 AI 캐릭터를 도입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했다. 캐릭터는 상품 포장지, SNS 광고, 라이브 커머스 진행까지 아우르며, 브랜드의 얼굴이자 고객과의 소통 창구가 되었다. 이처럼 버추얼 상인은 매장 안내, 제품 추천, Q&A 응답은 물론, 실시간 고객 응대까지 가능한 다기능 마케팅 도구로 활용된다. 캐릭터 마케팅 전략에서 중요한 요소는 ‘스토리텔링’이다. 단순히 외형만 귀엽거나 화려한 캐릭터보다, 자신의 배경 스토리를 지닌 인물형 캐릭터가 더 큰 몰입감과 충성도를 유도한다. 예를 들어, 시장의 오래된 한옥집에서 태어난 AI 캐릭터가 가족 대대로 상인을 해왔다는 설정은 소비자에게 정서적 연대를 이끌어내고, 지역에 대한 애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버추얼 캐릭터가 바꾸는 시장과 브랜드의 미래
AI 기반 캐릭터 마케팅은 단기적인 광고 효과를 넘어서,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관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버추얼 상인은 단지 사람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24시간 응대가 가능하고, 실수 없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으며, 원하는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은 실로 혁신적이다. 더 나아가 메타버스와의 결합을 통해, 버추얼 상인이 운영하는 가상의 시장이나 스토어도 현실화되고 있다. 소비자는 VR이나 AR 기술을 통해 시장 속을 자유롭게 탐색하고, AI 상인과 대화하며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온라인 쇼핑을 넘어서는, 몰입형 커머스 환경을 만들어낸다. 또한 디지털 휴먼 기술의 고도화로, 감정 표현이나 상호작용이 보다 자연스러워지고 있어, 인간과 가상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인격권 문제, 신뢰성 확보, 실제 상인과의 갈등 조율 등은 향후 제도적·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가능성과 기대가 크기 때문에, AI 버추얼 상인의 활용은 점차 더 넓고 깊게 퍼져나갈 것이다.
상인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AI 버추얼 캐릭터는 기술의 산물이자, 감성 마케팅의 새로운 도구이다. 특히 시장이라는 전통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에 AI를 입히는 시도는, 디지털 시대 속 지역 상권이 생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사람다움으로, AI는 AI다움으로 서로의 역할을 나누어 가지며, 버추얼 상인은 이제 단순한 마케팅 수단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디지털 캐릭터 상인을 만나게 될 것이며, 그들이 어떻게 시장을 변화시키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지 지켜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