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은 국가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수준에서도 중요한 정책 아젠다로 떠올랐습니다. 각 지자체는 지역 산업을 혁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AI 관련 정책과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지자체 주도의 AI 육성 정책은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AI 시장 육성 정책의 주요 내용과 방향을 살펴보고, 실제로 지역사회와 산업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지자체들의 AI 육성 정책 현황
지자체들은 AI를 지역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보고 다양한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AI 특화 단지 조성, AI 스타트업 지원, 산학연 협력 체계 구축,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주광역시는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AI 중심 산업융합집적단지를 조성하여 광주형 AI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구광역시는 의료와 연계한 AI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고, 부산광역시는 스마트시티 및 물류 산업과 AI를 접목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순히 AI 기업을 유치하거나 일회성 지원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대기업, 중소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고, AI 관련 인프라와 인재를 동시에 키우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내 중소기업들이 AI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 효과: 성과와 한계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들은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내고 있을까요? 첫째, 지역 내 AI 관련 기업과 스타트업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예컨대 광주는 AI 중심 산업융합집적단지 조성 이후 AI 스타트업 수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AI 관련 창업 지원 공간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창업가들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대구 역시 지역 병원, 대학, 의료기기 기업과 함께 AI 기반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협력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둘째, AI 인재 양성 측면에서도 일부 성과가 관찰됩니다. 지자체들은 대학과 협력하여 AI 관련 전공 개설, 산학협력 프로그램, 재직자 교육, 청년 대상 AI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내 AI 전문 인력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산업에서 AI를 접목해 혁신을 시도하는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실무형 인재 공급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AI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충분한 기업과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초기 투자만 이루어진 채 지속적인 후속 지원이 부족한 경우도 존재합니다. 특히 지역별로 AI 산업 육성의 방향성이 지나치게 유사하여, 차별화된 경쟁력이 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예를 들어 전국 여러 지자체가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집중하고 있으나, 데이터센터 자체는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며, 지역 내 관련 산업 연계가 미흡할 경우 단순한 물리적 인프라에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성공을 위한 조건: 지속가능성과 차별화
지자체 주도의 AI 육성 정책이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단순한 인프라 조성이나 기업 유치에서 나아가, 지역 고유의 산업 및 자원과 AI를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부산은 해양, 물류, 관광 산업에 AI를 접목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강원도는 농업 및 관광, 충청북도는 바이오 산업과의 연계가 가능할 것입니다. 지역의 강점을 살려 특화된 AI 산업을 발전시켜야 전국적인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둘째, 인재 양성과 기업 지원을 단발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장기적,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지역 인재들이 최신 기술을 습득하고 기업들이 이를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기업이나 연구기관 등 외부 플레이어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내 AI 생태계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전략도 중요합니다.
셋째, 정책의 성과를 측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체계적 평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투자 규모나 기업 수 증가 같은 양적 성과에만 집중하지 않고, AI 도입이 지역 산업에 어떤 혁신을 가져왔는지, 실질적 고용 창출이나 소득 증대 효과가 있었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책 시행 초기부터 명확한 목표 설정과 성과 지표를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정책을 조율해야 할 것입니다.
지역 혁신의 중심으로서 AI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지역 혁신과 경제 활성화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이 주도하는 AI 육성 정책은 지역별 특성을 살린 맞춤형 전략으로 발전할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한계를 냉철히 분석하고, 차별화된 전략과 지속가능한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면, AI는 지역 산업과 경제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각 지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AI를 지역 발전에 접목해나갈지, 그 행보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