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활자를 따라가는 행위가 아닙니다. 저마다의 순간에, 그때 그 시절의 마음 상태에 따라 문장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같은 문장도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어떤 말은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며 한동안 가슴 속에 남아 있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인생의 단어들을 수집해 왔습니다. 위로가 된 문장도 있고, 일침이 된 문장도 있으며, 잊고 싶지 않아 공책에 필사해둔 문장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책 속에서 만난 인생 문장 10개를 소개하고, 그 문장들이 제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 시절, 나를 붙잡아 준 문장들
저는 20대 중반, 스스로 무기력하다고 느꼈던 시기에 무심코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 급급했던 시기였고, 세상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데 저는 늘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만난 문장 중 하나가 이렇습니다.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서 있는 것도 방향입니다.” 책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읽은 이 문장은 단순하면서도 강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가만히 있는 나'를 죄인처럼 느꼈고, 항상 뭔가를 해내야만 가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을 통해 처음으로 ‘정체’가 아니라 ‘쉼’이라는 단어를 배웠습니다.
또 다른 문장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라는 책에서 나왔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조용히 살고 싶어도 누군가는 당신을 이야기로 만든다.” 이 문장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눈치를 보던 저에게 경종을 울렸습니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앞서,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처음 깨달았습니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는, 누군가의 이야기 속 조연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더 뚜렷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장과 변화의 계기가 된 문장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성장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하게 됩니다. 변화보다는 안정, 도전보다는 회피가 익숙해지죠. 저는 그런 제 모습을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통해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우리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거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변화는 작고 반복적인 행동에서 시작된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마치 누군가에게 간단한 진실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컵 마시기, 잠들기 전 5분 독서하기 같은 사소한 행동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몇 달이 지나자 습관이 저를 바꾸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죽음에 관하여』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에서 읽은 문장도 기억에 남습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삶을 더 치열하게 살아낸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두려움으로만 인식했던 저에게 전혀 다른 관점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끝을 알기에 더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삶이라는 사실을 문장을 통해 배웠고, 오늘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살아내는 삶’에서 ‘살아가는 삶’으로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관계 속에서 길어올린 단어들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도 재조명하게 합니다. 『혼자가 혼자에게』라는 책에서 읽은 문장은 관계에 대한 저의 인식을 바꿔놓았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오만은 관계를 망친다.” 저는 오랫동안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말을 핑계 삼아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고 난 후, 관계 속에서 침묵이 항상 미덕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때때로는 나 자신에게도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감정을 쌓아두기보다는 꺼내놓는 용기, 그것이 진짜 소통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 것이죠.
또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가 만든 오늘은 바꿀 수 있어요.” 누군가의 상처와 후회를 담은 이야기 속에서 전해진 이 말은, 제 안의 오래된 후회들을 조금은 내려놓게 만들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안고 살아가지만, 그것에 붙들려만 살 필요는 없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저는 이 문장에서 받았습니다.
책이 남긴 문장들, 그리고 나의 기록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삶과 마주하고, 그 안에서 내 삶을 비추는 일입니다. 저는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문장을 통해 위로를 받았고, 때로는 자극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에서 어떤 문장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책을 읽고, 인생 문장을 수집해 나갈 것입니다. 그 문장들은 단지 글자가 아닌, 나의 일부가 되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모모』에서 나온 한 문장입니다. “중요한 건 한 번에 많은 걸 해내는 게 아니라,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거야.” 이 문장은 언제나 제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여러분에게도 이런 문장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이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