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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책에게 배웠다

by 우리 꿀토리 2025. 8. 3.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을 적는 행위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삶을 관통해 지나가는 감정과 기억, 고민과 통찰을 언어라는 틀 안에 담아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이 깊고도 복잡한 의미를 가르쳐준 것은 다름 아닌 수많은 책들이었습니다. 독자에서 시작해, 언젠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먹기까지, 책 속에는 늘 제가 몰랐던 ‘쓰기’의 본질이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책이 어떻게 저에게 글쓰기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는지, 그리고 그 깨달음이 제 삶과 사고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나눠보고자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책에게 배웠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책에게 배웠다

쓰는 이의 진심은 언젠가 닿는다는 믿음

책을 읽다 보면 때때로 이상할 만큼 내 마음을 정조준하는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그 순간 저는 알 수 없는 경이로움에 빠집니다. 어떻게 이 작가는 나도 표현하지 못했던 이 마음을 이렇게 정확히 알아채고, 또 이렇게도 아름답게 말할 수 있었을까? 때는 수십 년 전, 혹은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쓰인 문장일지라도 그 울림은 현재의 나에게 깊숙이 파고듭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진심으로 써 내려간 문장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결국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것을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 그랬습니다. 그의 주인공들이 겪는 고독과 방황은 마치 제 이야기인 듯 느껴졌고, 그의 고요한 문장들 속에서 오히려 복잡했던 제 감정들이 정리되는 것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그 진심 어린 서술을 통해 저는 ‘쓴다는 것’은 단순한 말의 배열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이 독자의 마음과 마주하게 되는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쓰는 이가 자기 자신의 진심을 외면하지 않을 때, 그 글은 누군가의 삶을 위로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글을 만나면 저는 생각합니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런 문장을 건네줄 수 있기를, 그런 글을 쓸 수 있기를 말입니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업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를 일종의 고백으로 표현합니다. 하루키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정리한다고 말했고, 김훈 작가는 글을 쓰기 전에는 생각이 없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만큼 글은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을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책 속 작가들의 고백을 읽으며, 저 역시 글쓰기의 출발점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독서 후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면서부터, 저는 점점 제 안에 자리한 감정과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했지?”, “이 감정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걸까?”라는 질문들을 던지게 되었고, 그런 질문을 반복하면서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에세이스트 장석주의 책을 읽을 때 특히 그랬습니다. 그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에서부터 철학적 사유를 끌어내는 솜씨가 탁월한데, 그 글들을 읽고 나면 “나도 하루를 이렇게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남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하루도 다시 보게 됩니다. 글쓰기가 나를 투명하게 만드는 과정임을 책이 알려준 것입니다.

무력한 날들 속에서도 계속 써야 하는 이유

모든 글쓰기가 순조롭고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글을 쓰는 일이 가장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쓸 말이 떠오르지 않거나, 내 문장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쓴 글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글쓰기를 멈추고 싶은 유혹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책은 그럴 때마다 제게 속삭입니다. “괜찮아, 누구나 그런 시간을 지나.” 특히 앤 라모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었을 때 저는 무척이나 위로받았습니다. 그는 완벽한 첫 문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누구나 불완전한 글쓰기를 경험한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 쓰는 것’이라고요.

그 문장을 통해 저는 글을 쓴다는 것은 결과를 향한 완벽주의가 아니라, 과정을 견디는 인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매일 조금씩 써내려가는 문장들이 결국 나를 변화시키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더 뚜렷하게 해주는 셈입니다. 그런 깨달음이 있었기에, 지금도 저는 무력한 날들을 통과하면서도, 조용히 노트북 앞에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내가 사랑하는 것을 다시 꺼내어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기억, 계절에 대한 감상까지. 작가들이 그렇게 수많은 사랑을 글로 남긴 덕분에, 저는 그 감정의 결을 따라가며 살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랑을 전달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글쓰기의 감각』에서 박민규 작가는 말합니다. “좋은 글은 언제나 누군가를 향해 있다”고. 저는 그 말이 글쓰기를 대하는 제 자세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글은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고, 그 진심이 담겨 있을 때 비로소 글이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는 걸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책을 읽습니다. 다른 이들의 문장 속에서 쓰기의 본질을 다시 배우고, 그 울림을 제 삶에 덧입힙니다. 언젠가 내 글이 누군가에게 그런 울림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한 줄을 써 내려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쓴 글이 또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믿습니다.